[취재수첩] 美 일리노이주 코로나 긴급예산 '0'인 이유는

입력 2020-03-26 18:07   수정 2020-03-27 00:18

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(코로나19)이 미국 전역을 강타하자 각 주는 긴급예산을 편성하고 있다.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돈의 하나가 이른바 ‘레이니데이 펀드(rainy day funds)’다. 예상 못한 지출에 대비해 각 주가 일부 예산을 남겨둔 것이다. 퓨트러스트에 따르면 50개 주는 총 749억달러(2019년 말 기준)를 갖고 있다.

그러나 이 펀드가 한 푼도 없는 주가 있다. 중서부의 경제 중심지인 일리노이다. 시카고를 끼고 있는 일리노이는 50개 주 중 국내총생산(GDP) 5위, 인구수 6위인 곳이다.

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일찌감치 ‘자택대피’ 명령을 내린 이곳에 펀드가 없는 건 재정난 탓이다. 일리노이는 매년 예산의 3분의 1을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쓰지만, 아직 내지 못한 연금 부채가 1370억달러에 달한다. 지난 20년간 연금에 대준 돈이 여섯 배 늘었는데도 그렇다.

재정난은 증세를 부르고, 이는 성장을 막는 악순환으로 번졌다. 일리노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일리노이의 재산세는 50개 주 중 두 번째로 높다. 2018년 11월 당선된 J B 프리츠커 주지사는 벌써 휘발유세 증세를 포함해 20여 개의 새로운 세금과 수수료를 부과하는 법에 서명했다.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간 85만 명이 다른 주로 떠났다. 인구 감소 1위다. 또 2000년부터 따져 일리노이의 1인당 개인소득 증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21% 낮다.

몇 년 전부터 주 파산설도 나돈다. 최근 일리노이가 발행한 BBB등급 지방채의 금리는 연 6%까지 치솟았다. 신용등급 AAA인 다른 주의 채권보다 3%포인트가량 높다.

이 모든 게 공무원연금 적자 탓이다. 일리노이는 주 헌법의 연금보호 조항 탓에 연금 개혁을 못했다. 이 때문에 평생 연금 소득으로 최소 100만달러 이상을 수령할 퇴직 공무원, 교원 등이 전체 주민의 1%인 12만9000명에 달한다. 60~69세에 퇴직하는 미국인의 연금소득(401k)이 평균 19만5500달러임을 감안하면 최소 다섯 배를 받는 것이다.

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 3년간 공무원이 연평균 3만 명씩 늘고 있다. 2012년 99만4000명이던 공무원은 올해 말 11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. 연금 부담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다. 재직 중인 공무원에게 미래에 줘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추정한 ‘공무원연금충당부채’는 2017년 675조원에서 올해 9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. 이런데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도도 안 하고 있다. 일리노이의 상황에 한국이 겹쳐 보이는 게 기우였으면 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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